[희망인] 박항서 감독
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0년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. 베트남 축구를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시켜 ‘박항서 매직’을 한 번 더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. 김성룡 기자
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
각자 맡은 임무 제대로 해내야
팀이 최선의 결과물 낼 수 있어
밖에 나오니 국내 갈등 더 잘 보여
마음 모을 수 있는 길 고민했으면
인도네시아 축구팀 맡은 신태용
적 아닌 파트너로 함께 발전할 것
“대한민국의 2020년은 모두가 한 발자국씩만 천천히 가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”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. 매일 분 단위로 쪼개 쓸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2020년을 맞이하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여유롭다고 했다. 지난 연말 중앙일보와 만난 그는 “평생 앞만 보고 달리다 베트남에 건너가 뒤늦게 깨달음을 얻었다”고 했다. 그 순간에 대해 “머리를 탁 때리고 가는 게 있었다”고 표현했다. 그의 말이다.
“지금 63세인데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. 70? 내 감독 수명이 7년밖에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. 뭘 해야 할까, 뭘 해야 의미가 있을까, 왜 남한테 상처 주는 소리를 하지, 뭐하러 싫은 소리를 하지? 아웅다웅할 필요도 없는데….”
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. [연합뉴스]
그가 평소에 강조해 온 일종의 팀워크, 바꿔 말하면 통합이다. 그리고 자신보다 동료들을 앞세우는 마음, 감독과 선수가 서로 상대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배려심이다. 박항서 매직의 요체이자 2020년 ‘혼란의 신년’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절실한 가치다.
- 베트남 정신도 결국 팀워크인가.
- “감독은 선수 입장에서, 선수는 감독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잘못될 게 없다. 원팀을 만들려면 나보다 우리가 우선이란 원칙이 확고하게 잡혀야 한다. 그 원칙이 살아 있는 속에서 자율이 주어진다. 책임과 의무를 본인들이 느껴야 한다.”
숫자로 보는 박항서
- 멋있게 이기는 것보다 잘 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.
- “우승 한 번 하고 나면 많은 사람이 몰려와 칭찬해 주는데,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. 인기라는 거, 명예라는 건 어느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다. (내가) 2002년에도 겪었다. 정말 오랫동안 밤잠 안 자며 준비한 경기도 90분 만에 끝난다. 결과도 나온다. 지난해 스즈키컵에서 우승했다고 온 나라(베트남)가 난리였는데 내년(2020년)에 또 스즈키컵에 나가야 한다. 우승하기 위한 도전이 지나면 지키는 도전이 오는 것이다. 그러니 질 때 잘 져야 한다. 뭘 배울 게 있는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.”
- 스스로 우승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지 못하면서 선수들에게 우승하라고 주문할 수 없다고 했었다.
- “내가 이기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면 선수들도 절대 못 이긴다. 호주와 눈 오는 날 붙었는데 우리 선수 중엔 태어나서 눈을 처음 본 아이도 많았다. 그럼 우리가 포기해야 하나? 선수들에게 ‘호주 선수들은 키가 큰 대신 무게중심이 높아 눈 오는 날 불리하다. 우리는 작은 대신 중심이 낮아 미끄러운 환경에서 훨씬 유리하다’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. 장군이 이긴다고 확신을 못하는데 병사들이 싸울 수 있겠나. 공격으로 안 되면 수비로, 정공법으로 안 되면 허를 찔러서라도 이길 방법을 찾아서 선수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.”
- 나 혼자 모든 걸 잘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말도 했는데.
- “모든 팀이 결과물을 내기까지는 각자의 맡은 임무가 있다. 공수(攻守)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누굴 도울 수 있겠나. 나도 꽤 오래 축구 밥을 먹고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다. 내 경험만 믿으면 안 된다. 식단, 운동 방법, 치료, 전술 등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게 감독으로서의 내 역할이다.”
1년 만의 재경매에서 1390만원에 낙찰된 박항서 초상화 ‘나의 스승’. [사진 베트남 소하 캡처]
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동남아시아에 ‘축구 지도자 한류’ 바람이 확산하는 분위기다. 박 감독 자신은 지난해 11월 20만 달러(약 2억3000만원) 수준이던 기존 연봉을 대폭 올려 베트남축구협회와 재계약(연봉 12억원 추정)했다. 지난해 12월에는 신태용(50)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았다. 정해성(62) 호찌민 FC(베트남) 감독을 비롯해 동남아 클럽 축구에 도전하는 지도자들도 늘고 있다. 박 감독은 “절친한 후배이자 동생 (신)태용이가 이웃 나라로 건너온 게 반갑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”이라며 웃어보인 뒤 “때로는 경쟁하고, 때로는 협력하겠다.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여기면서 서로를 거울 삼아 함께 발전하겠다”고 각오를 다졌다.
송지훈 기자 milkyman@joongang.co.k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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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-12-31 15:03:09Z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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